[오피니언]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 도시재생이라는 도시화 전략에 대한 제언

2020.12.29 301






그린벨트를 생태적 도시 농업 지구로 개발하자

- 도시재생이라는 도시화 전략에 대한 제언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박정희 정권의 유산 중 진보 진영의 다수도 높게 평가하는 정책이 몇 가지 있는데, 그린벨트도 그 중의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시의 ‘난개발’을 막고 녹지와 도심의 면적 균형을 지켜서 서울이 콘크리트 지옥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소중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그러한 생각의 바탕이다. 그래서 그린벨트를 헐자거나 개발하자거나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대단히 날선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만들어지고 나서 반 세기가 된 지금의 현실에서 그린벨트가 과연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유산인지 아니면 그 긍정적인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할 때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비록 조심스럽게 시론적인 차원에서이지만, 이 글은 21세기의 생태 위기와 도시화의 위기 속에서 그린벨트를 생태적 도시 농복합 지구로 개발하자는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서울의 팽창은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이미 1967년 소설가 최일남씨가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글을 발표한 바도 있고, 60년대 말 서울시청에서는 한때 서울로의 전입을 허가제로 바꾸는 안까지 논의된 바 있었다. 계속 유입되는 인구로 한없이 팽창하는 주거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은 1938년 영국 런던에서 시행된 그린벨트의 제도를 본받아 서울 지역을 둘러싼 일정한 면적을 개발 제한 구역으로 지정하는 강수를 두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가 과연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린벨트는 과연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지고 있는가



먼저 이 제도가 서울시의 공간을 ‘성 안’과 ‘성 밖’으로 나누는 해자(垓字)의 구실을 하게 되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런던의 그린벨트와 마찬가지로 서울의 그린벨트 또한 ‘성 안’ 사람들에게는 쾌적한 공간과 녹지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여 그들의 주거 공간의 가치를 더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성 밖’ 사람들에게는 오고 갈 때마다 통근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까지 늘어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복잡한 도심을 통과하여 한적한 녹지가 한참 나오다가 비로소 수도권의 신도시들이 나타나게 되는 경관이 보편화된 것이다. 



만약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이 서울의 팽창에 있어서도 일정한 정도에서 멈추는 것을 허락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이 그린벨트는 해자가 아니라 대략 그 ‘일정 정도’에서 팽창을 멈춘 서울시를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했을지 모르며, 난개발 혹은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것(sprawl)을 효과적으로 막는 장치가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는 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팽창하였다. 난개발과 혼란은 그린벨트를 넘어서 파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밀한 수도권 인구 집중 상황에서는 그린벨트라는 것이 ‘해자’의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그린벨트 내부가 과연 ‘친환경적’ 성격을 띤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개발은 안된다’라는 네거티브가 붙어 있을 뿐,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만들어 간다는 포지티브의 계획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이 공간의 부후화(腐朽化)가 벌어지게 된다. 온갖 용도로 마구 쓰이고 심지어 쓰레기 적치장 등으로도 쓰이고 있으므로 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농업은 도심과의 근거리를 활용한 화훼 농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거니와, 그 결과 상당한 면적을 비닐하우스가 차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비닐하우스는 물과 전기의 사용 그리고 각종 폐기물 등으로 따져보았을 때 결코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는 ‘회색’ 산업일 때가 더 많다. 



더욱이 그린벨트는 이미 잠식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김대중 정권 이래로 박근혜 정권 때까지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야기가 나온 바 있었다) 주택 공급과 도시 개발의 필요를 명분으로 그린벨트의 일부를 해제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풀이되어왔다. 그 결과 여기에서도 ‘해제’의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되는 지역에는 투기적 수요가 생겨나기도 하여 토지 가격도 높은 경우가 많다. 그린벨트의 생태적 가능성과 의의를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현행 제도들의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 






도시재생이라는 도시화 전략에 대한 제언


여기서 잠깐 도시 농업을 통한 생태적 도시화로서의 전환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지난 25년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도시화 혹은 도시 재생의 핵심 개념은 ‘도시의 활기(urban buzz)’였다고 할 수 있다. 체육관이나 병원 같은 ‘유형적’ 인프라를 건설하여 도시 공동화를 막아보고자 했던 80년대까지의 접근법에 대한 반성으로서, 그보다는 매력적이고 관용적인, 그야말로 ‘힙한’ 분위기를 가진 지역을 조성하여 창의적이고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핫플레이스’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무형적’ 자산을 형성하여 그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 가치로서 지역과 도시 전체의 경제와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이미 그 한계가 숱하게 노정되어 왔다. 첫째, 불평등 문제이다. 이러한 전략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공간 불균등화로 인하여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도시 내에서의 지역에 따라 불평등이 더 세분화되고 격화되었다는 비판이다. 둘째, 생태적 지속가능성의 문제이다. ‘도시의 활기’도 좋지만, 이러한 도시화의 패턴이 고도의 소비 문화와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의 보다 광범위한 지역으로부터 유동 인구를 흡수하여 집단적 이동성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존의 도시화 전략이 21세기의 현실에서 지속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의 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린벨트를 생태 농복합 주거 지역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어떨까. 생태적인 농복합 주거 단지로 말이다. 이러한 전략은 서울의 ‘성 밖’과 ‘성 안’의 공간 이분화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또 그린벨트 안의 공간도 그냥 방치되거나 혼란스럽게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도시 농업을 놓고 주민들의 주거, 관련 산업, 도심 주민들의 삶이 서로 연결되는 적극적인 의미의 생태적 지역으로 계획되고 관리될 것이다. 



도시 농업은 그 자체의 생산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도시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욕망의 구조를 바꾸어 놓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다. 만약 서울을 둘러싼 그린벨트에서 각종 도시 농업 활동 그리고 그와 관련된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생태적 산업 활동이 벌어진다면, 도시 주민들도 여기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그들의 삶의 방식 또한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도심 안에서의 몇 개의 ‘핫스팟’을 찍어서 이를 ‘도시 활기’의 중심지로 삼는 식의 도시화가 아니라, 방향을 거꾸로 하여 인근의 가까운 텃밭과 맥주 양조장과 쓰레기 처리장을 찾아 생태에 기여하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식으로 여가와 문화를 즐기는 대안적 도시화를 모색할 수 있다. 



반세기 동안 지속된 그린벨트를 이렇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논란의 소지가 없을 리 없고, 또 실제로 이를 시행하게 된다고 해도 숱한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반기는 이들이라면 가까운 그린벨트 지역에서 도시 농업 등 각종 친환경적 활동과 실험을 벌이는 이들을 찾아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 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그린벨트를 생태 농복합 주거 지역으로’라는 아이디어도 경기도 산본시 대야미 마을에서 귀농 본부를 꾸려가는 이들로부터 얻은 것이니까. 

 





홍기빈 정치경제학자 Profile

소            속    2018.09 -  현  재   (협)칼 폴라니 사회경제 연구소 소장     

학            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학사)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대학원 졸업(석사)

                 York University, Toronto 정치학과 정치경제학 박사 수료

경            력    2007.03 - 2009.08    (사)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09.09 - 2018.08    (재)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2016       -   현  재     몬트리올 칼 폴라니 연구소 (Karl Polanyi Institute of Political Economy) 자문 위원 (Advisory Council)

대 표   저 서    [코로나 사피엔스] 공저 (인플루엔셜, 2020) 외 다수

대표  번역서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길, 2009) 외 다수

언 론   활 동    2003.02 -    현  재     [프레시안] 국제경제 컬럼니스트로 기고 

                 2007.12 - 2009.05    [한겨레 21] 고정 컬럼니스트

                 2009.04 - 2010.11    MBC [손에 잡히는 경제] 국제 경제 해설 고정 게스트

                 2010.12 - 2011.10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2012.5 – 2013.5. [한겨레 21] 고정 컬럼니스트

                 2012.01 - 2012.06    [한국일보] 고정 컬럼니스트 

                 2013.05 -   현  재      [경향신문] 고정 컬럼니스트 2011 – 한국판 [뉴레프트리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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